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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ade of Difference, 콜레라

10년, 감염병 정복에 충분한 시간?

초단위의 변화를 얘기하는 요즘, 10년은 거대한 변화를 이루고도 남을 기간이다. 감염병은 어떨까. 10년 동안 우리는 감염병을 정복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반복되는 감염병과의 싸움을 지속하고 있을까. 감탄할 만한 기술의 발전에도 COVID-19 팬데믹을 떠올리면 누구도 섣불리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고소득 국가에서는 자취를 감춘 감염병이라면 통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가능성을 찾아 많은 사람에게 어쩌면 낯선 병명이 되었을 콜레라를 기준으로 10년간의 변화를 짚어본다.

*WHO 공식 보고자료 기준. 국가별 감시체계에 따라 의심·확진 사례가 포함될 수 있으며, 사례정의·검사역량 차이로 실제 발생 규모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

2014·2024년 콜레라 발병 보고국, 발병 건수, 사망자 비교
출처: WHO, Weekly Epidemiological Record, “Cholera, 2014” (2015); WHO, Weekly Epidemiological Record, “Cholera, 2024” (2025)

 

약 3배 증가. 2014년과 2024년의 콜레라 발병 건수 비교 수치다. 사망자는 약 2.7배 증가했고, 발병 보고 국가 수도 늘었다. 물론, 10년 사이 조사 대상과 범위가 달라졌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수치들이 의미를 갖는 이유가 있다.

2013년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1억 1,500만 달러를 투입해 글로벌 경구 콜레라 백신 비축 체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콜레라 통제 태스크포스(GTFCC)를 재활성화하면서, 국제사회는 콜레라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갔다. 백신 비축과 국제 공조 체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만큼 콜레라 대응이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4년, 콜레라가 더 많은 국가에서 더 큰 규모로 확산했다.

콜레라, 막을 수 있는 감염병

콜레라는 콜레라균(Vibrio cholerae)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섭취해 발병하는 급성 수인성 감염병이다.
출처: clipartkorea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급성 설사 질환이다. 심한 탈수로 24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적절한 경구수액 또는 정맥수액으로 신속하게 치료하면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

경구 콜레라 백신(OCV)의 글로벌 공급량 변화
출처: Gavi, the Vaccine Alliance. Roadmap for Oral Cholera Vaccines.(2023)
 

지난 10년간 콜레라 백신 공급량은 확대됐다. 2012년 약 400만 도즈에 불과했던 경구 콜레라 백신(OCV)의 글로벌 공급량이 2022년 3,500만 도즈로 약 9배 늘어났다. 2024년에는 새로운 제형 Euvichol-S가 WHO 사전적격성평가를 받아 생산량을 끌어올릴 길이 열렸고, 그해 11월 OCV 생산량은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백신 공급

그러나 백신 공급량의 증대가 곧바로 피해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백신 공급 속도가 콜레라 재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콜레라의 재확산 뒤에는 여러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그중 하나가 기후 위기다. 기후 위기로 빈번하고 강력해진 사이클론과 홍수, 가뭄은 안전한 식수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위생 인프라를 약화시키며, 콜레라균이 확산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WHO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부터 2월 15일까지 남부 아프리카 5개국에서 보고된 콜레라 환자는 4,32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586명보다 7배 이상 늘었다. 사망자도 11명에서 56명으로 증가했다. WHO는 이 증가가 사이클론으로 인한 홍수, 인프라 피해, 이주민의 식수 부족, 열악한 위생 환경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안전한 식수를 마시기 어려운 인구가 늘고 있다. 
출처: clipartkorea
 

또 다른 요인은 분쟁이다. 수단·시리아·예멘처럼 무력 충돌이 장기화한 곳에서는 보건 시스템과 식수·위생 인프라가 동시에 열악해진다.

2017년 전 세계 콜레라 발생 건수가 약 120만 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에는 내전으로 보건 인프라가 무너진 예멘의 대규모 유행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상하수도 시설의 파괴로 식수원이 오염되고 하수가 역류하면서 콜레라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여기에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저하된 인구 집단과 아프리카 분쟁 지역의 국지적 유행이 겹치면서 전 세계 발병 건수가 급증했다.

 

연도별 콜레라 발생 건수 및 치명률(CFR), 1989–2024
출처 : WHO, Weekly Epidemiological Record, “Cholera, 2024” (2025)

분쟁과 콜레라의 악순환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최근 2025년 누적 데이터에 따르면, 동지중해 지역은 총 35만 9,052건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콜레라 및 급성수양성설사(AWD) 사례를 보고했다. 이 중에서도 여전히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16만 4,820건), 예멘(9만 3,496건), 수단(7만 2,716건)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며, 분쟁 지역이 여전히 콜레라 확산의 중심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확산 요인은 커지는데, 백신 공급은 따라가지 못했다. 2024년 글로벌 경구 콜레라 백신 비축분에 대한 요청은 6,100만 도즈에 달했지만, 실제 승인된 물량은 16개국 4,000만 도즈였다. 이마저도 제한된 물량을 더 넓게 쓰기 위한 단일 접종 전략으로 진행됐다.

2022년 10월 이후 국제사회는 공급 부족에 대응해 기존 2회 접종 대신 1회 접종 전략을 적용해 왔다. 이는 제한된 백신을 더 많은 지역에 배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보호 효과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꾸준히 이어온 콜레라 연구 지원

지난 10년의 숫자는 콜레라 대응이 백신 물량 증가뿐 아니라, 더 효과적인 대응책에 대한 꾸준하고 신속한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선명히 보여준다.

라이트재단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형 콜레라 접합백신(CCV) 연구 개발을 2019년부터 지원해 오고 있다. 해당 과제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유바이오로직스,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협력하는 국제 공동개발 과제다. 2022년부터 책임연구기관으로 해당 과제를 수행해 온 IVI는 향후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CCV의 안전성, 면역원성, 생산 가능성을 검증하고, WHO 사전적격성평가(PQ) 기준 충족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