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 게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K-바이오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모범적인 방역 덕이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이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을 선매입하던 것처럼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세계 각국이 한국산 진단키트를 확보하려 동분서주했다. 이에 씨젠을 비롯한 진단키트 관련 기업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항체 치료제 개발에 나선 셀트리온, 백신 개발을 하면서 다국적 제약사의 백신의 위탁생산을 수주한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984년부터 40년 가깝게 감염병 연구에 몰두해온 이준행 국제백신학회 조직위원장 겸 라이트펀드 선정위원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역량이 세계적 수준으로 높아진 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한국을 가벼운 존재로 보지 않는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백신 산업계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회사이고, GC녹십자 역시 세계보건기구(WHO)에 독감백신을 납품하는 4개 회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는 점이다. 실제 라이트펀드의 지원을 받는 한 바이오업체는 해외 연구소와의 계약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불공정한 조건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라이트펀드의 외국인 선정위원들이 글로벌 계약 관행에 비춰볼 때 불공정한 조건이라는 점을 알리고 수차례 계약 조건을 수정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고 이준행 위원은 전했다.
그가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라이트펀드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풍토성 감염병의 감염·진행·확산을 방지·완화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R&D)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출범한 글로벌 민관협력연구기금이다. 보건복지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종근당, 제넥신 등이 공동 출자했다. 라이트펀드는 매년 공모를 통해 저개발국에서 주요하게 발생하는 신종·풍토성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과제를 중대형과 소형으로 나눠 선정하고 지원한다.